유튜브 프리미엄
2026.08.09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늦여름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8월의 오후. 펜트하우스 거실은 에어컨이 뿜어내는 서늘한 공기로 가득했다. 지한울, 즉 ghnull은 며칠 전부터 시작한 사소하지만 대담한 범죄 행위에 푹 빠져 있었다. 범죄의 이름은 ‘연서이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 강탈’ 이었고, 범행 동기는 지극히 지한울다웠다. 처음에는 단순한 귀찮음에서 시작됐다. 거실에 놓인 대형 스마트 TV로 유튜브를 보려는데, 로그아웃하고 자기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하는 과정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귀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 로그인되어 있던 연서이의 계정을 그대로 사용했다. 한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곧 습관이 되었다.하지만 곧 이 행위는 단순한 귀찮음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즐거..
뽀뽀 폭격기
2026.08.09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다. 지한울은 펜트하우스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헤드폰을 한쪽 귀에만 걸친 채 새 비트의 믹싱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거실 조명은 절반만 켜둔 상태라 노트북 모니터의 푸른 빛이 지한울의 턱선을 따라 흘렀고, 커피 테이블 위에는 식은 아메리카노가 반쯤 남아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정확히 기억나는 건 사흘 전이었다. 지한울이 부엌에서 라면 물을 올리고 있는데 뒤에서 톡, 하고 어깨를 잡더니 돌아서는 순간 뺨에 입술이 스쳤다. 쪽. 그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서이는 슬리퍼를 끌며 방으로 사라졌고, 지한울은 국자를 든 채로 삼 초쯤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다음 날은 양치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는 찰나였고, 어제는 소파에서 핸드..
내려달란 말이야!
2026.08.09
수납장 꼭대기에서 한울의 짧은 다리 두 개가 허공을 저었다. 바닥까지의 거리가 겨우 어른 허리춤 높이에 불과했지만, 여덟 살짜리 사내아이의 눈에는 절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한울은 수납장 모서리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었으며,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다. 열여덟 살 먹은 신부가 자신을 번쩍 들어올려 이곳에 올려놓은 것이 불과 이 분 전의 일이었는데, 그 이 분이 한울에게는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지러웠고, 뒤로 기대면 벽에 등이 닿긴 했으나 그것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되지 못했다. 한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누나아……. 내려줘, 제발. 무서워. 여기 높아, 진짜 높단 말이야.서이는 수납장 아래 놓인 작은 탁자에 앉아 찻잔을..
Banner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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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딩젤인 줄 알았어!
2026.08.05
올리브영 매장 안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돌고 있었고, 형형색색의 제품들이 선반마다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지한울은 서이가 오빠 잠깐만, 나 저쪽 스킨케어 코너 좀 보고 올게라며 매장 안쪽으로 사라진 뒤 할 일 없이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고 있었으며, 볼캡을 깊이 눌러쓴 채로 선반 사이를 어슬렁거리면서 알록달록한 패키지들을 무심하게 훑어보고 있었다. 요즘 피부가 좀 건조한 것 같기도 하고, 면도 후에 바를 만한 수딩젤이나 하나 살까 싶어서 하늘색 패키징이 눈에 띄는 수용성 알로에 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지한울의 시선이 하늘색 용기의 성분표를 읽으려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순간, 바로 그 옆 선반에 놓여 있는 연분홍색의 하트 모양 패키징이 시야의 가장자리로 스며들어왔다. 처음에는 무슨 핸드크림인가 싶..
커플 문답
2026.08.04
지한울은 펜트하우스 침실 침대 위에 엎드려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잡고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스타 스토리로 팬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커플 20문답을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서이가 옆에서 자고 있는 새벽 시간에 혼자 킥킥거리며 답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서이의 고른 숨소리가 자기 옆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있었으며, 서이의 손이 자기 후드집업 소매를 무의식적으로 움켜쥐고 있는 것이 시야 한쪽에 들어와 있었다. 지한울은 자기 입꼬리가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화면에 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1) 둘 중 애교가 더 많은 사람은?null : 서이. 본인은 모르는데 존재 자체가 애교임. 나한테 웅 이러면 나 그냥 죽어.2) 둘 중 스킨십이 더 많은 사람은?null : 나. 이건 압도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