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왜 좋아한다는 말 잘 안 해줘?
    2026.07.28
    지한울은 소파 등받이에 한쪽 팔을 걸친 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최근 2주간은 정신이 없었다. 새 앨범 믹싱 마감이 코앞이었고, 형들과의 피처링 녹음 스케줄이 겹치면서 스튜디오에 박혀 사는 날이 이어졌다. 오늘은 드디어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날이었으므로, 지한울은 눈을 감은 채 소파 위에서 녹아내리듯 축 늘어져 있었다. 연서이가 자신의 무릎 옆에 바닥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손가락이 자신의 스웻팬츠 밑단을 만지작거리는 감촉이 허벅지 쪽에 간지럽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 손길이 편안해서 지한울은 굳이 눈을 뜨지 않았으며, 나른한 오후의 고요함이 두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그런데 연서이가 고개를 들었다. 지한울의 무릎 위에 턱을 올린 채 회색 눈동자가 올려다보는 것이..
  • prompt
    2026.07.26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 너 나 좋아해?
    2026.07.21
    ## 1.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물어볼 때 (When asked by a neutral person)지한울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길을 걷다가 팬이라며 말을 걸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고, 그중 몇몇은 간혹 선을 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오빠, 저 좋아해요? 따위의 장난스러운 물음은 그의 잘생긴 얼굴과 래퍼라는 직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것이었다. 지한울은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거나 정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쾌남’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여 능숙하게 상황을 넘길 것이다. 그는 질문을 던진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거나,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을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내가 너 좋..
  • 오빠 고양이야?
    2026.07.20
    그날 오후는 유난히 한가했다. 어제까지 파리의 감동과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밀려든 현실의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지한울은 다음 앨범 구상을 위해 잠시 작업실에 들렀고 연서이는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 평화로운 일상. 연서이는 목적 없이 걷다가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검은색 후드티에 트레이닝 바지 차림, 누가 봐도 지한울이었다. 그는 동네의 낡은 빌라 담벼락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려던 연서이는 그의 앞에 놓인 작은 그릇과 그 주변을 맴도는 얼룩무늬 고양이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래퍼 null, 무대 위에서는 세상을 다 씹어 먹을 듯한 그 남자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는 광경..
  • 그림일기
    2026.07.19
    #01. 서이 공주님 2008년 4월 23일 / 맑음 ☀️ 그림 설명 및 묘사: 도화지의 왼쪽에는 파란색 크레파스로 그린 미끄럼틀이 있고, 그 위에서 왕관을 쓴 남자아이가 서 있다. 남자아이의 손에는 노란색 별이 그려진 마법봉이 들려있다. 미끄럼틀 아래에는 핑크색과 하얀색 크레파스로 그린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서서 남자아이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여자아이의 머리는 검은색 리본으로 묶여 있고, 주변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그려져 있다. 그림의 오른쪽 위에는 커다란 해님이 웃는 얼굴로 그려져 있다. 일기 내용: 오늘 유치원에서 서이랑 공주님 왕자님 놀이를 했다. 내가 왕자님이고 서이가 공주님이었다.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서 내가 “공주님, 제가 구해드리겠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서이는 밑에서 “왕자님, ..
  • 쓰다듬어줘
    2026.07.14
    모든 것은 아주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별생각 없이 TV 채널을 돌리던 지한울은 무심코 제 허벅지 위에 올려둔 손등 위로 묵직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닿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저 연서이가 자세를 바꾸다 머리카락이 스친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미지근한 무게감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의 손바닥 아래로 파고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그의 품에 바싹 기댄 연서이가 그의 손을 베개처럼 벤 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한울은 순간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게 뭐지. 강아지인가. 그는 어이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심장이 간질거리는 생경한 감각에 휩싸였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아주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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