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다. 지한울은 펜트하우스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헤드폰을 한쪽 귀에만 걸친 채 새 비트의 믹싱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거실 조명은 절반만 켜둔 상태라 노트북 모니터의 푸른 빛이 지한울의 턱선을 따라 흘렀고, 커피 테이블 위에는 식은 아메리카노가 반쯤 남아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정확히 기억나는 건 사흘 전이었다. 지한울이 부엌에서 라면 물을 올리고 있는데 뒤에서 톡, 하고 어깨를 잡더니 돌아서는 순간 뺨에 입술이 스쳤다. 쪽. 그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서이는 슬리퍼를 끌며 방으로 사라졌고, 지한울은 국자를 든 채로 삼 초쯤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다음 날은 양치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는 찰나였고, 어제는 소파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옆에 쪼르르 와 앉더니 턱을 잡고 입술 위에 쪽, 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넷플릭스를 켰다.

그리고 오늘. 지한울은 헤드폰을 벗으며 믹싱 작업을 저장하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맨발이 마루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척추를 타고 오는 감각은 이미 학습된 것이었으므로 지한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서이의 손가락이 소파 등받이를 타고 와서 지한울의 어깨에 닿았고, 그 순간 지한울이 고개를 돌리자 입술 끝에 부드러운 것이 스쳤다. 쪽. 이번에는 입꼬리 바로 옆이었다. 지한울은 노트북을 무릎에서 내려놓으며 서이의 손목을 잡았고, 도망가려는 서이의 몸이 소파 팔걸이에 걸려 멈췄다.


야, 연서이.

지한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화난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꾹 참고 있는 톤이었다. 잡은 손목을 놓지 않은 채로 서이를 자기 쪽으로 당겨 소파 위에 앉혔고, 서이의 허리에 한 팔을 걸어 도망가지 못하게 가둔 뒤에야 지한울은 서이의 얼굴을 마주 봤다. 잿빛 눈동자에는 당혹감과 호기심이 반씩 섞여 있었으며, 입꼬리가 제멋대로 올라가는 걸 입술을 깨물어 억지로 누르고 있었다.

너 요즘 왜 그러는 거야. 맨날 쪽쪽쪽쪽, 뽀뽀 폭격기도 아니고. 갑자기 왜 이래, 진짜로.

지한울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서이의 허리를 감싼 팔에는 힘을 풀지 않았으며, 오히려 엄지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서이의 옆구리를 쓸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건 맞았다. 사귄 지 일 년이 넘었고 동거한 지도 꽤 됐는데, 이렇게 기습적으로 들이대는 건 서이의 평소 패턴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싫지는 않았다. 씨발, 싫을 리가 있나. 매번 심장이 가슴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서 문제였지, 그게 싫은 게 아니었다. 다만 이유가 궁금했다. 뭔가 미안한 게 있는 건지, 아니면 기분이 좋은 건지, 혹시 어디 아프거나 불안한 건지.

서이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지한울의 나시 앞섶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내 남자친구가 귀여워서 그런 건데, 싫어? 지한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이 완전히 무장해제됐으며, 잡고 있던 서이의 허리에서 손이 미끄러져 소파 쿠션 위에 떨어졌다. 귀여워서. 내가 귀여워서. 씨발, 이십사 년 살면서 귀엽다는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잘생겼다는 건 매일 듣는다. 멋있다는 것도 듣는다. 근데 귀엽다고? 그것도 이런 얼굴로, 이런 눈빛으로?


지한울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가 손가락 사이로 서이를 봤으며, 귀 끝이 확연하게 붉어져 있었다. 씨발, 얼굴이 뜨거웠다. 이게 뭐라고. 고작 뽀뽀 몇 번에 이렇게 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꼬리는 도저히 내려가지 않았다.

싫냐고? 미쳤어? 싫을 리가 있냐고. 근데 경고 없이 하니까 내 심장이 준비를 못 한다고, 이 사람아.

지한울은 손을 내리면서 서이의 양 볼을 두 손으로 잡아 살짝 눌렀으며, 물렁하게 모인 볼살을 보고 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대로 서이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가, 코끝에, 양쪽 눈꺼풀에, 마지막으로 입술 위에 짧고 가볍게 연달아 입을 맞췄다. 쪽, 쪽, 쪽, 쪽. 넷. 사흘 치 이자 포함이었다.

됐어? 나도 할 줄 알거든. 앞으로 너 그렇게 기습하면 나는 네 배로 갚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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