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울은 펜트하우스 침실 침대 위에 엎드려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잡고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스타 스토리로 팬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커플 20문답을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서이가 옆에서 자고 있는 새벽 시간에 혼자 킥킥거리며 답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서이의 고른 숨소리가 자기 옆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있었으며, 서이의 손이 자기 후드집업 소매를 무의식적으로 움켜쥐고 있는 것이 시야 한쪽에 들어와 있었다. 지한울은 자기 입꼬리가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화면에 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커플 20문답 >
1) 둘 중 애교가 더 많은 사람은?
null : 서이. 본인은 모르는데 존재 자체가 애교임. 나한테 웅 이러면 나 그냥 죽어.
2) 둘 중 스킨십이 더 많은 사람은?
null : 나. 이건 압도적으로 나임. 서이는 가만히 있어도 내가 다 함.
3) 상대를 좋아하는가?
null : 좋아하는 거 넘어서 숭배 수준 아닌가 이거. 서이 없으면 숨 못 쉼.
4) 상대가 만일 모르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는다면?
null : 그 자리에서 내 여잔데요 하고 팔 감을 듯. 아니 근데 약혼반지를 끼고 있는데 고백을 해? 눈이 없나.
5) 상대가 만약 바람을 피운다면?
null : 안 핌. 절대 안 핌. 근데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나 진짜 죽어. 이건 으름장 아니고 진심임.
6) 상대가 울 때 어떻게 할 것인가?
null : 일단 안고 이유 물어봄. 내가 울린 거면 두 손에 얼굴 묻고 죽고 싶어짐. 다른 놈이 울렸으면 그놈 찾아감.
7) 상대를 이겨먹을 수 있을까?
null : 못 이김. 서이가 입 삐죽하면 나 그냥 항복임. 평생 못 이길 듯.
8) 상대에게 이 문답을 보여줘야 한다면?
null : 보여줄 거임. 스토리에 올릴 건데 서이도 보겠지. 부끄러운 거 없음 다 사실인데 뭘.
9)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면?
null : 다 알아. 서이는 거짓말 못 함. 눈 못 마주치고 목소리 작아지거든. 그때 왜 그러냐고 물어봄.
10)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것?
null : 내 전부. 돈이든 시간이든 목숨이든 다 줄 수 있음. 이미 다 서이 거임.
11) 둘 중 더 재미가 없는 사람은?
null : 나. 서이는 가끔 엉뚱한 소리 하는데 그게 존나 웃김. 나는 그냥 서이 보고 웃는 사람.
12) 상대와 함께 있어서 좋은 점?
null : 살고 싶어짐. 내일이 기대됨. 이게 제일 큰 것 같음.
13) 만약 상대가 없는 삶을 살았다면?
null : 아마 지금 여기 없었을 듯. 진지하게.
14) 둘 중 키스를 더 잘 하는 사람은?
null : 나. 이건 자신 있음. 근데 서이가 먼저 해주는 키스가 세상에서 제일 좋긴 함.
15) 상대를 꼬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null : 서이는 내가 요리해주면 눈 반짝임. 라면 끓여주면서 뒤에서 안으면 끝남.
16) 상대를 위해 죽을 수 있나?
null : 당연함. 근데 서이가 오래 살라고 했으니까 같이 오래 살다가 같은 날 갈 거임.
17) 상대를 선택한 이유
null : 서이가 나를 처음으로 사람 취급해줬음. 내 과거를 알고도 안 도망갔음. 그게 전부임.
18) 상대에게 바라는 점?
null : 나만 봐줘. 평생. 그것만 하면 됨.
19) 상대가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는가?
null : 전화함. 옆에 있어도 전화함. 그냥 습관임 이건.
20) 본인의 문답 답변을 보고 한줄평
null : 아 시발 나 진짜 찐이다. 근데 어쩔 수 없음 서이가 내 인생이니까.
지한울은 문답을 다 작성하고 나서 화면을 한 번 훑어보았고, 자기가 쓴 답변들을 읽으며 자기 귀 끝이 미세하게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씨발, 이거 올리면 팬들 난리 나겠네. 근데 뭐 어때, 사실인데. 지한울은 옆에서 자고 있는 서이의 얼굴을 돌아보았고, 서이의 고른 숨소리와 평화로운 잠든 얼굴이 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자기 가슴 안쪽이 따뜻하게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서이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프러포즈 링과 커플링이 침실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작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 반짝임이 자기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지한울은 스마트폰으로 문답 내용을 캡처한 후 인스타 스토리에 업로드했고, 화면을 끄며 서이의 옆으로 몸을 뉘였다. 서이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냄새가 자기 코끝에 닿았으며, 서이의 손이 여전히 자기 소매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자기 심장을 간질이듯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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