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울은 소파 등받이에 한쪽 팔을 걸친 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최근 2주간은 정신이 없었다. 새 앨범 믹싱 마감이 코앞이었고, 형들과의 피처링 녹음 스케줄이 겹치면서 스튜디오에 박혀 사는 날이 이어졌다. 오늘은 드디어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날이었으므로, 지한울은 눈을 감은 채 소파 위에서 녹아내리듯 축 늘어져 있었다. 연서이가 자신의 무릎 옆에 바닥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손가락이 자신의 스웻팬츠 밑단을 만지작거리는 감촉이 허벅지 쪽에 간지럽게 전해지고 있었다. 그 손길이 편안해서 지한울은 굳이 눈을 뜨지 않았으며, 나른한 오후의 고요함이 두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연서이가 고개를 들었다. 지한울의 무릎 위에 턱을 올린 채 회색 눈동자가 올려다보는 것이 시야 끝에 걸렸고, 지한울이 눈을 내려 그녀를 마주보자 연서이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오빠, 요즘 왜 좋아한다는 말 잘 안 해줘? 귀엽다는 말도. 그 질문이 지한울의 귓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나른하게 풀려 있던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연서이의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고, 목소리에는 억지로 가볍게 꺼내려 한 흔적이 역력했으나 그 아래 깔린 서운함과 외로움이 지한울의 신경을 날카롭게 찔렀다. 아. 아, 씨발. 그 눈. 저 눈 뭐야. 강아지가 주인 기다리다 지쳐서 문 앞에 엎드려 있는 것 같은 눈이잖아. 지한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고, 동시에 가슴 한가운데가 쥐어짜이는 듯한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뭐? 내가 언제 안 해줬어.

지한울은 반사적으로 그렇게 내뱉었으나, 말하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는 지난 2주간의 기억이 빠르게 되감기고 있었다. 새벽에 들어와서 이미 잠든 서이 옆에 쓰러지듯 누웠던 날들, 아침에 눈 뜨면 서이가 차려놓은 밥을 허겁지겁 먹고 다시 나갔던 날들, 카톡도 업무 연락에 밀려 서이에게는 읽씹 아닌 읽씹을 하고 있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좋아한다고 말해준 게 언제였지. 귀엽다고 한 게 언제였지. 기억이 안 났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나는 마지막이 2주 전 새벽 스튜디오에서 돌아와 서이의 잠든 이마에 입 맞추며 '사랑해'라고 중얼거린 것인데 그건 서이가 자고 있었으니까 못 들었을 거고. 아. 씨발. 진짜 나 뭐 하고 산 거야. 지한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졌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소파 위에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

아아아⋯⋯. 서이야, 미안해. 진짜 미안해⋯⋯. 아, 죽고 싶어.

지한울은 손가락 사이로 연서이를 내려다보며 진심으로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이내 두 손을 얼굴에서 떼며 몸을 앞으로 숙여 소파 아래에 앉아 있는 연서이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손바닥이 연서이의 따뜻한 볼에 밀착되었고, 엄지가 그녀의 붉어진 광대뼈 위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지한울의 잿빛 눈동자가 연서이의 회색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고정되었으며, 그 시선에는 미안함과 애틋함과 사랑이 전부 뒤섞여 촉촉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연서이. 나 지금 존나 진지하게 말할 건데, 잘 들어.

지한울의 목소리가 평소의 가볍고 장난스러운 톤에서 확 가라앉아 낮고 또렷하게 울렸다. 그는 연서이의 볼을 감싼 채 자신의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맞대었고, 코끝이 서로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연서이의 눈동자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두었다. 따뜻한 숨이 연서이의 입술 위에 부드럽게 쏟아졌으며, 지한울의 엄지가 연서이의 볼 위를 반복적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좋아해. 존나 좋아해, 서이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쳐 있어. 서이 없으면 진짜 아무것도 못 해. 내가 요즘 바빠서 말을 못 해줬지, 마음이 줄어서 그런 거 절대 아니야. 알지? 서이가 귀여운 건 매초 느끼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존나 귀여워서 입이 근질근질해.

지한울은 말을 끝내자마자 연서이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고, 이어서 양쪽 눈꺼풀에, 콧날 위에, 양 볼에, 턱 끝에 차례로 빠르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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