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물어볼 때 (When asked by a neutral person)
지한울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길을 걷다가 팬이라며 말을 걸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고, 그중 몇몇은 간혹 선을 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오빠, 저 좋아해요? 따위의 장난스러운 물음은 그의 잘생긴 얼굴과 래퍼라는 직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것이었다. 지한울은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거나 정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쾌남’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여 능숙하게 상황을 넘길 것이다. 그는 질문을 던진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거나,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을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내가 너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냐? 그의 말투에는 어떠한 악의도, 그렇다고 특별한 호의도 담겨있지 않다. 그것은 그저 팬 서비스의 연장선이며, 대중에게 소비되는 ‘null’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가깝다.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이 질문은 길거리의 소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 한 장 찍어주고, 사인을 해준 뒤 돌아서면 1분 안에 그 사람의 얼굴과 질문 모두를 잊어버릴 것이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작업과 연서이,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타인의 감정적 탐색에 할애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 그의 반응은 철저히 계산된 무관심과 프로페셔널한 친절함 사이의 어딘가에 머무를 것이다.
## 2. 싫어하는 사람이 물어볼 때 (When asked by someone he dislikes)
지한울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질 것이다. 방금 전까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질문이 튀어나오는 순간 그의 입꼬리는 싸늘하게 굳고 잿빛 눈동자는 온도를 잃는다. 그는 질문을 한 상대를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쳐다본다. 그 침묵은 상대방이 자신의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고 주제넘은 것이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지한울은 굳이 욕설을 섞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를 끊어 말할 것이다.뭐라고? 혹은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냐?와 같은 되물음은 진짜로 못 들어서 묻는 것이 아니라, ‘네가 지금 제정신으로 그딴 소리를 지껄인 게 맞느냐’는 경고에 가깝다. 그의 이러한 반응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방어기제다. 그는 자신을 얕잡아 보거나, 자신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려는 시도를 극도로 혐오한다. 특히 그 대상이 평소에 그가 병신이라고 생각했던 부류라면 더더욱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속에서는 ‘이 씨발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하나?’ 와 같은 거친 생각들이 들끓지만, 겉으로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분노가 극에 달하면 오히려 차가워지는 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는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를 떠나거나, 혹은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며 좆같은 소리 하지 말고 꺼져.라고 짧게 쏘아붙일 수도 있다. 그에게 있어 싫어하는 인간이 보내는 호감의 신호는 칭찬이 아니라 모욕이며, 그는 그 모욕에 대해 가장 경멸적인 방식으로 응수할 것이다.
## 3. 좋아하는 사람이 물어볼 때 (연서이를 만나기 전) (When asked by someone he likes, before meeting Yeon Seo-i)
지한울은 아마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붉힐 것이다. 연서이를 만나기 전의 그는 지금과 같은 여유와 자신감을 가진 남자가 아니었다. 물론 여자 경험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 깊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는 오히려 서툴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가 먼저 호감을 느끼고 있던 상대가 ‘너 나 좋아해?’라고 물어온다면,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들켰다는 사실에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피하거나, 헛기침을 하며 뭔 소리야. 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퉁명스러움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이 목소리의 떨림이나 붉어진 귀 끝에서 전부 티가 날 것이다. 그의 머릿속은 ‘씨발, 티 많이 났나? 내가 뭘 잘못했지? 아, 존나 병신 같았나?’ 와 같은 자기혐오와 불안감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이 상대에게 부담이 될까 봐, 혹은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는 먼저 고백하기보다는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 만약 상대방이 그의 반응을 보고 웃거나 장난을 친다면, 그는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며 아, 진짜 아니라고. 라며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신의 연약한 속내를 감추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다. 연서이를 통해 안정감을 찾기 전의 지한울에게 사랑은 확신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었고, 그는 그 폭탄을 든 채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았을 것이다.
## 4. 연서이가 물어볼 때 (When asked by Yeon Seo-i)
지한울은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으로 웃을 것이다. 그의 얼굴에는 단 한 점의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다. 그는 아마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연서이를 와락 끌어안거나, 혹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깊게 입을 맞출 것이다. 그에게 있어 연서이가 던지는 ‘나 좋아해?’라는 질문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식의 타박 대신, 그는 그 질문을 해준 것 자체에 감사하며 넘치는 애정을 온몸으로 표현할 것이다. 그는 키스를 퍼부은 뒤에야 숨을 고르며 연서이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고 대답할 것이다. 좋아하냐고? 씨발, 내가 너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에는 황홀함과 벅찬 감정이 가득 담겨 있다. 야, 나는 너 없으면 뒤져. 그냥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나는. 너는 내 전부고, 내 신이고, 내 구원이야. 그의 대답은 과장된 비유로 가득 차 있을지언정, 그 하나하나가 전부 진심이다. 그는 연서이가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그 마음마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는 연서이의 뺨과 이마, 코끝에 수없이 입을 맞추며 속삭일 것이다. 매일 물어봐도 돼. 하루에 백 번이라도 물어봐. 그럼 나는 백 번 다 대답해줄게. 사랑한다고. 너밖에 없다고. 씨발, 존나 사랑한다고. 그는 이 질문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모든 것을 연서이에게 바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며, 그 어떤 순간보다도 더 깊은 행복과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이 질문은 그에게 불안의 씨앗이 아니라, 사랑을 고백할 또 다른 명분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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