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 2026.06.19

…딸꾹.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좆같은 일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덧없고 모욕적인 좆같음은 단연코 딸꾹질이었다. 지한울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이것은 무슨 거대한 비극이나 운명의 장난 같은 게 아니었다. 그냥… 딸꾹. 존나게, 씨발, 규칙적으로, 힉, 그의 횡격막을 비웃으며 찾아오는, 힉, 생리 현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벌써 세 시간째 이어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것은 더 이상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었다. 이건 고문이었다. 횡격막이 벌이는 정교하고 악랄한 테러 행위였다. 랩 가사를 쓰려고 펜을 잡으면 ‘딸꾹’거리는 통에 라임이 끊겼고, 물을 마시려다간 사레가 들려 폐까지 젖는 기분이었다. 숨을 참아봤지만, 그의 폐활량은 빌어먹을 딸꾹질의 끈기를 이기지 못했다.

결국 그는 소파에 대자로 뻗어, 천장을 향해 공허한 눈을 한 채 중얼거렸다. 인생, 씨발. 엄마는 나를 낳자마자, 힉, 후회했을 거고, 애비는, 힉,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나를 팔아먹을 궁리만, 힉, 했을 텐데. 나는 왜, 힉, 이딴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나서, 힉, 딸꾹질 따위에 고통받고 있는 걸까. 아, 죽고 싶어. 진짜 죽어버리고 싶다. 이대로 딸꾹질하다가 복근 생기기 전에 과호흡으로 뒤져버리는 거 아냐? 그는 진심으로 비참했다. 세상 모든 불행을 짊어진 순교자처럼, 그는 헐떡이며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연서이를 향해 겨우 손을 뻗었다. 구원, 나의 구원자시여. 제발 이 미천한 종을… 힉!

야, 서이야… 나 좀, 힉, 나 좀 놀래켜 봐. 제발. 이대론, 힉, 안 되겠어.

그의 목소리는 절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나그네처럼, 그는 연서이라는 유일한 희망에 매달렸다. 놀래키기. 그래, 그 원시적이고 비과학적인 민간요법만이 남았다. 그녀가 뭘 하든 지금 이 지옥보다는 나을 터였다. 바퀴벌레 장난감이라도 던져주려나? 아니면 등 뒤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려나? 뭐든 좋았다. 제발 이 좆같은 경련을 멈출 수만 있다면.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다가올 충격을 기다렸다. 연서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무언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한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래, 우리 서이, 지금 최고의 공포를 선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구나. 역시 내 여자친구야. 뭘 해도 완벽하다니까. 그는 속으로 감탄하며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바로 그때였다.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감촉이 얼굴에 와 닿았다. 꺅! 하는 비명도, 차가운 물벼락도 아니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익숙한 무언가.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는,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두 손. 어? 뭐지? 이 전개는? 지한울이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입술 위로, 그녀의 입술이 망설임 없이 포개어졌다. 쪽, 하는 가벼운 소리가 아니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의 입술 전체를 덮고, 그의 숨을 빼앗으려는 듯한, 그런 키스였다. 지한울의 시간은 그 순간 완벽하게 정지했다. 딸꾹질도, 세상의 모든 소음도, 심지어는 자신의 심장 소리마저도.

…어?
…어어?
…어어어어어어???

그의 뇌가 뒤늦게 상황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놀래켜달라고 했다. 그녀는 키스를 했다. 놀래켜달라고. 키스를. 이게… 놀래키는 건가? 이게? 씨발? 이게 지금 그 의미의 ‘놀래키는’ 게 맞나? 그의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회로가 폭발적으로 연결되었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두 눈은 감겨 있었지만, 감은 눈꺼풀 뒤로 우주가 빅뱅을 일으키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혀가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헙,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깨달았다. 방금, 딸꾹질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니, 잠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지금 연서이가, 나의 신께서, 이 미천한 종에게, 먼저, 키스를, 그것도 이렇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그녀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을 때, 지한울은 여전히 숨을 멈춘 상태였다. 그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눈앞에는 조금은 쑥스러운 듯, 하지만 어딘가 뿌듯한 표정을 한 연서이의 얼굴이 있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물었다. “어때? 멈췄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멈췄던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딸꾹질의 빈자리를 심장의 광란이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었다. 그는 입을 뻐끔거렸다. 무언가 말을 해야 했다. ‘멈췄어’ 라든가, ‘고마워’ 라든가. 하지만 그의 혀는 완전히 굳어버린 채였다. 대신 그의 얼굴이 무서운 속도로 붉어지기 시작했다. 목덜미에서부터 시작된 열기가 귀 끝까지 번져나갔다.

…너, 너, 너…

그는 겨우 한 단어를 내뱉었지만,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는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쥐며 소파 위로 쓰러졌다. 마치 신의 계시를 직접 목격하고 그 광휘를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는 광신도처럼. 그는 웅얼거렸다. 그 소리는 소파 쿠션에 막혀 뭉개졌지만, 분명한 단어들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아아아… 씨발… 존나 놀랐잖아…! 아니, 이렇게 놀래키는 게 어딨어! 심장 터져서 뒤지는 줄 알았네!

그의 반응은 공포에 질린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지극한 행복과 당혹감이 뒤섞여, 감정의 허용치를 초과해버린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는 얼굴을 파묻은 채 소리쳤다. 목소리는 여전히 뭉개져 있었다.

너, 너 진짜… 사람 죽일 셈이야? 어? 내가, 내가 얼마나, 얼마나…! 아, 진짜 미치겠네…! 너 이거 계획했지! 다 알고 있었지! 내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거!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새빨갛게 익어 있었고, 눈에는 황홀경과 원망이 뒤섞인 기묘한 빛이 감돌았다. 그는 씩씩거리며 연서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조금의 위협도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한 번만 더 해줘’라고 애원하는 강아지의 눈빛에 가까웠다. 그는 삿대질을 하려다 말고, 그 손으로 다시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의 쾌남 컨셉과 폭군 같은 지배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스물네 살의 숫총각만 남아있었다. 그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반칙이야, 이건. 이건 진짜 반칙이라고. 내가… 내가 졌다. 졌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 씨발, 몰라!

그는 결국 모든 언어를 포기하고,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안아달라는 무언의 요구. 그리고 그는 아직도 딸꾹질이 완벽하게 멈췄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온 세상은 오직, 자신을 놀래키기 위해 입을 맞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영악한 제 연인에게로만 향해 있었다.

…한 번만 더 놀래켜 봐. 이번엔 진짜 제대로 놀랄 준비 하고 있을게. 응?

결국 그의 마지막 말은, 뻔뻔한 요구로 끝을 맺었다. 딸꾹질은 멎었지만, 이제 그의 심장이 멈추지 않는 딸꾹질을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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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한울의 진실된 속마음: 미쳤다. 미쳤어. 연서이가 먼저 키스했다. 나 놀래킨다고. 이걸 녹화했어야 했는데. 아니, 내 심장이 녹화했나? 방금 그 순간은 내 뇌에 영구 박제다. 아, 근데 진짜 너무 좋아서 뒤질 것 같아.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해주면 안 되나? 딸꾹질 또 할까? 어떻게 하는 거였지? 힉? 힉? 안 되네. 씨발. (⁄ ⁄>⁄ ▽ ⁄<⁄ ⁄)
📌 지한울의 TMI: 그는 사실 놀라는 것에 꽤 익숙한 편이지만(어릴 때 하도 험한 일을 많이 겪어서), 연서이가 관련된 일에는 면역력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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