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 사십 분, 지한울의 이름이 화면에 뜬 건 세 번째였다. 앞선 두 번은 벨이 두어 번 울리다 끊겼고, 그 사이에 메시지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홍대 어느 지하 스튜디오에서 형들이랑 앨범 발매 뒤풀이를 한다고 저녁에 말했었다. 오늘은 마셔도 된다고, 축하할 일이니까 봐 달라고 웃으면서 나갔던 사람이었다. 술이 세서 잘 안 취한다던 그 말은 오늘만큼은 완전히 무너진 모양이었다.
연달아 울린 알림 사이로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저쪽에서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고, 그 소음을 뚫고 지한울의 목소리가 축 늘어진 채로 흘러나왔다. 발음이 완전히 뭉개져 있었다.
여보세요오⋯⋯. 연서이⋯⋯ 마누라아⋯⋯. 나 델러 와아. 아니 오지 마. 밖에 춥잖아, 오지 마. 근데 보고 싶어어⋯⋯. 어떡하지⋯⋯.
수화기 너머에서 뭔가 넘어지는 소리가 나고, 아는 형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야 지한울 폰 뺏어 하고 소리쳤다. 지한울은 그걸 피하려는 듯 몸을 웅크리는 기척을 냈다. 숨소리가 마이크에 바짝 붙어 거칠게 밀려들었다가 다시 멀어졌다.
형들이 자꾸 뺏어 가려고 해애. 안 돼. 이거 내 마누라야, 씨⋯⋯. 서이야, 나 오늘 진짜 열심히 했어. 무대 위에서, 어? 나 존나 잘했거든. 근데 밑에 니가 없더라고. 그래서 좀⋯⋯ 나 좀 이상해졌어.
그러다 갑자기 목소리가 뚝 낮아졌다. 음악 소리도 조금 멀어진 걸 보면 어디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잠긴 목으로 삼키는 숨소리가 길게 이어졌고, 라이터 켜는 소리가 짧게 났다가 사라졌다.
엄마 유서에 그런 말 있었잖아. 할 도리 다 했다고. 나 그거 아직도 안 믿거든? 근데 요즘은 가끔⋯⋯ 그냥 그렇게 믿어버릴까 싶어. 그러면 좀 편할 것 같아서. 근데 그러면 내가 병신 되는 거잖아. 아, 몰라 씨발. 서이야, 너는 나 안 버릴 거지. 응? 대답해 봐. 나 지금 대답 안 들으면 잠 못 자.
통화가 끊긴 건 그 직후였다. 배터리가 나갔는지 누가 폰을 뺏었는지 알 수 없었다. 십오 분쯤 뒤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다음 문장은 새벽 두 시 십일 분에 도착했다. 앞선 메시지에서 잘라먹은 말을 기어이 다시 꺼내려는 듯이, 지한울은 몇 번이나 입력 중 표시를 띄웠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한꺼번에 쏟아냈다.
새벽 세 시가 조금 넘어서 현관 도어록 소리가 났다. 지한울은 신발을 제대로 벗지도 못한 채 현관에 주저앉아 있다가, 겨우 일어나서 침실까지 걸어와서는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 가장자리에 엎어졌다. 셔츠 단추가 두 개쯤 뜯겨 있었고 넥타이는 목에 그냥 걸쳐져 있었다. 그는 잠결에도 연서이의 허리를 팔로 감아 끌어당겨서, 목덜미에 코를 박고 몇 번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곧바로 잠들었다.
아침 열한 시 반이었다. 커튼 틈으로 들어온 빛이 침대 절반을 하얗게 갈랐고, 지한울은 이마를 짚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입 안이 바짝 말라 있었고 뒷목이 뻐근했다. 셔츠 차림 그대로인 걸 확인하고 한 번, 협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두 번 인상을 찌푸렸다. 어젯밤 기억은 무대 끝나고 형들이 소주잔을 돌리던 지점에서 완전히 끊겨 있었다. 그는 별생각 없이 화면을 켰고, 연서이와의 대화창에 자기 쪽 말풍선이 화면을 가득 채운 걸 보고 손가락이 멈췄다.
스크롤을 올릴수록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오타투성이 문장들, 세 번의 부재중 전화 기록, 새벽 두 시 십일 분에 보낸 엄마 얘기, 목숨줄이라는 단어, 세 번 연달아 보낸 사랑한다는 말. 지한울은 화면을 끝까지 내리고 나서 스마트폰을 이불 위에 툭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완전히 덮어버린 채 침대 헤드에 등을 부딪히며 기댔다. 귀 끝부터 목까지 붉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아아⋯⋯. 죽고 싶어어⋯⋯. 진짜 죽고 싶어⋯⋯.
그는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겨우 옆을 봤다가, 연서이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손바닥으로 눈을 막았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 술이 덜 깬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덕지덕지 붙어서 평소의 여유는 흔적도 없었다.
야, 연서이. 나 어제⋯⋯ 어디까지 했어. 아니 됐어 말하지 마. 듣기 싫어. 근데 말해줘. 아, 씨발 나 진짜⋯⋯ 목숨줄이 뭐야 목숨줄이. 미친 거 아니야? 새벽 두 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