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 Review
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3)
Dir. Lasse Hallström
지한울 (ghnull)
★★★★☆
4.0 / 5.0
솔직히 이 영화 예전에 혼자 보다가 중간에 껐다. 길버트가 엄마 시체 앞에 서 있는 장면까지도 못 갔음. 그 전에 이미 숨이 막혀서. 길버트가 아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때리고 나서 자기가 더 무너지는 그 장면에서 리모컨 집어던졌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왜 이 집에 태어난 건지, 왜 나만 이 무게를 져야 하는 건지. 길버트가 매일 똑같은 마을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거, 그게 내 10대였다.
근데 오늘은 끝까지 봤다. 서이가 옆에 있어서. 집을 태우는 장면이 시원했다. 길버트가 그 집을 태우고 나서 트럭 위에 앉아서 불 구경하는 얼굴, 그게 슬픈 건지 후련한 건지 모르겠는 그 표정. 나는 이해했다. 둘 다인 거다. 미워하면서도 그리운 거. 태우면서도 아까운 거. 그게 가족이다.
조니 뎁 연기 미쳤고 디카프리오는 진짜 천재새끼. 아니 역할 하면서 저 표정 어떻게 지음? 그리고 엄마 역할 하신 분(다를렌 케이츠) 진짜 대단하다. 그 무게감을 몸으로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별 다섯 개 주고 싶은데, 이 영화는 나한테 너무 아파서 별 하나 뺀다. 좋은 영화인 건 맞는데,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서이 옆에서가 아니면.
연서이
★★★★★
4.5 / 5.0
처음 이 영화를 본 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에서였다. 그때는 길버트의 무기력함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왜 떠나지 않을까, 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근데 오늘 다시 보니까 달랐다. 길버트는 떠나지 않은 게 아니라 떠날 수 없었던 거다. 사랑하니까.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니까.
길버트가 아니를 때린 후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 그리고 엄마의 시신 앞에서 "She's my mom(우리 엄마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는 걸, 때로는 무거운 짐이면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이 영화가 보여준다.
베키(줄리엣 루이스)의 존재가 길버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도 오늘은 더 잘 느껴졌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에게 "괜찮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구원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집을 태우는 장면. 슬프면서도 해방이었다. 길버트가 드디어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순간.
오빠 옆에서 이 영화를 본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빠가 울 때 손을 잡아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오빠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영화. 다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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